지나간 일을 생각하지 마라. 흘러간 일에 마음을 묶어두지 마라. 보아라, 내가 이제 새 일을 시작했다. 이미 싹이 돋았는데 그것이 보이지 않느냐? [이사야 43장 18-19절]
제 3장 서두에 나오는 글귀이다. 내가 보고 보지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보고 달려가고 있을까? 일상과 순간에 대해 탐구하고 싶다.
일상은 순간의 연속이다. 순간은 새로운 것을 파괴하기도, 창조하기도 한다. 제 3장에서는 존 폰레더락은 “도덕적 상상력”은 단어가 다양한 각도(문학적, 철학적)에서 시작되었던 부분을 언급하고, 새로운 곳으로 초대했다. 시원하게 읽었던 부분은 본인이 종교 공동체에서 자라났지만, 종교적인 의미에서 도덕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설교에서 일상을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벽이 작용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결국 도덕적 상상력은 어떠한 기술이나, 태도로 이 사회에 변혁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인식과 차원으로 초대가 이끌어냈다.
최근 학교 폭력과 관련하여 갈등을 겪고 있는 학부모 4명의 대화모임에 참가했다. 학부모 4명은 상대방이 얼마나 잘못을 했는지, 지적하고, 반성하기를 기대했지만, 그러지 못한 순간 억울함과 화는 더 극대화 되었다. 그러나 그 화는 상대방이 온전히 받아들여주고, 이해를 받는 순간 줄어들었다. 그것이 존 폴레더락이 말한 전환점이었다. 최근 내가 경험한 전환점은 온전히 공감이 되는 순간이었다.
당사자들은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모호함에 갑갑하다. 또 이 갈등이 계속 구속할 것이라는 막막함에도 두려워한다. 책에서는 이렇게 표현했다.
“탄생은 아픔인 동시에 가능성이며, 무언가 될 수 있지만 아직도 되지 않은 그것이 도래한 것이다.”
갈등은 답답하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평화 활동가는 출구를 못찾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출구를 찾는 역할이 아닐까? 마치 미로찾기에서 우리는 늘 같은 방식으로 같은 미로에서 벽을 만난다. 새로운 방식으로 출구에 다가갈 수 있다. 우리는 미로에서 벽이나 장애물을 만날 때 두렵다. 그러나 미로는 빠져나가라고 만든 놀이이다. 놀이는 놀아보라고 만든 것이고, 우리를 괴롭히는 상황이 아니다. 갈등도 마찬 가기가 아닐까?
존 폴레더락은 911테러이후 폭력이 더 이상 생기지 않기위해, 어떻게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을지 시도했지만, 그곳에 뽀족한 대안이 없다고 표현했다. 일상도 마찬가지다. 사회를 바라봐도 마찬가지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 보인다. 우리는 미로찾기 놀이에서 헤매고 있는 상황이다.
“폭력은 눈 앞의 문제를 푸는 색다른 해결책을 상상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행위다. -비센스 피사스- ”
활동가(갈등을 다루는 사람)는(은) 색다른 해결책으로 초대하면 되지 않을까?
우리의 토론 중 은하수는 “예술 활동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생각이 전환이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표현했다. 어떻게하면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경험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모든 것을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다. 어떻게 생각의 확장이 일어날 수 있을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답이 없는 미로찾기 놀이같았다.
새로운 세계는 먼 것이 아니라.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함께 꿈꾸고 상상하면서 함께 만들면 된다. 활동가인 나는 할 수 있는게 없다면 없다. 그러나 선택할 수 있다. 순간을 선택할 수 있다. 미로찾기 놀이처럼 만나, 함께 새로운 방식으로 안내하는 것이 내 역할이 아닐까? 미로 찾기와 같은 벽 앞에서 새로운 세계로 안내하는 것이다.
평화라는 말이 낯설고, 어렵고 막연한 현실에서 맴도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최근 교사 워크숍에서 본인이 경험하는 현실이 폭력적인데, 학생들에게 다른 방식으로 다가가는 것이 이질적이라고 말한다. 그게 학교의 현실이다. 학교 자체 구조도 폭력적일 뿐만아니라, 선생님들이 경험했던 것도 폭력적인데, 새로운 방식이나 평화로운 접근은 상상하기 조차 힘들 수 있다. 나도 그것이 동감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사고에 머문다면, 비센스가 말했던 것처럼 색다른 해결책을 상상하지 못한 사람들로 머물 것이다.
토론 중간에 신호승 선생님께서 “시스템사고”에 대한 표현을 하셨다. 함께 시스템사고를 구축하는게 앞으로 내가 탐구할 과제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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