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이야기 / / 2017. 2. 8. 02:29

장학금

어느 누구에게나 유학에 수 많은 사연이 있듯, 내가 스위스에서 공부했던 시간은 꿈만같은 시간이었다.

캐나다 장애인 공동체에서 3년차 팀장으로 감당하고 있을 쯤, 나는 힘겹게 입학 신청서와 에세이(motivation letter)를 써서 냈다. 바젤대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친구가 평화학을 공부하러 간다고 했고, 평화학의 아버지 요한갈퉁에게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에라스무스, 아인슈타인, 퀴리부인, 괴테... 가 공부했던 도시의 내음을 맡고 싶었다. 여러 위인전에서 기억하고 있는 학교이기도 했다.

오직 한 학교인 바젤에서 평화를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득담아 서류를 보냈다. 결과가 언제 올까 늘 이메일만 열어보았다. 


어느 날 기적같은 이메일을 왔다. 내가 기억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합격했습니다. 학교에 오십시오. 신청서에 장학금을 받아야 하는 이유를 써 준 것을 읽어봤다. 그러나 당신은 OECD국가 출신이며, OECD국가에서 근무를 하고 있어서 장학금은 지급할 수 없습니다. 어서 입학금과 학비를 마련하세요."

청천벽력같은 이메일이었다. 추천서를 써 주셨던 교수님도 유럽에서 그런 경우라고 하셨다.


학비가 한국 대학원을 생각하면 그리 비싸지 않은 금액이었다. 


그러나 부모님이 대 주실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다. 나 역시 캐나다에서 근무를 했지만, 내 연봉이 엄청 높았다. 그러나 캐나다에 내는 세금과 일하고 내고 있던 단체에 내는 어마어마한 기부금을 때고 나면, 남는게 없었다. 나는 그 당시 캐나다 내가 속한 지역에서 저임금자에 들어가 버스비 등 여러가지를 지원받으며 생활할 정도였다. 


결론적으로 나는 장학금이 없이는 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꿈도 못 꿨다. 


숨이 턱 막혔다.


주변에 기도와 도움을 요청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다 써야 할 것 같았다.


방법은 입학담당자에게 이메일을 쓰는 것 뿐이었다. 내 상황과 내가 평화를 공부해야할 이유를 자세히 썼다. 
담당자가 읽던 안 읽던 계속 썼다. 

몇 번을 썼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는데, 3-4번은 쓴 것 같다. 당시 캐나다에서 일할 때 내 특기는 이메일이었다. 나는 내 특기를 최대한 활용하며 부지런히 썼다.

담당자는 답장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답을 주었다. 

담당자의 말은 이랬다.


"OECD국 출신이 아닌 친구들이 스위스에 와서 OECD국 출신국친구들 보다 더 여유롭게 지내는 것을 보면서 장학금의 문제점을 고민하고 있다. 내가 장학위원회 회의에 안건으로 들고 가 보긴 하겠다. 그러나 많은 기대는 말아라. 너가 학교 오고 싶으면 스스로 학비를 어떻게든 준비해 봐라."

어찌되었든 지속적인 이메일에 담당자의 답이 온 것만으로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 


며칠 후 기적같은 이메일이 왔다.


"좋은 소식이 있다. 내가 장학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기만 했다. 그런데 장학위원회에서는 이번에 장학금 학칙을 바꿨다. 이제 학칙은 OECD국 출신이더라도 형편이 어렵다고 일부 장학금을 받을 수 있고, 당신은 변경된 학칙에 의해서 50%의 학비만 받을 수 있다."

기적이었다.


신에게 내가 필요하다고 기도한 금액만큼이었다. 


입학하고 보니, OECD국 출신 친구들 중에 어려운 친구인데, 장학금을 받지 못해 힘들어 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내심 미안했다. 

그러다가 미국 출신 친구 등 여러명이 장학금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을 알고 뿌듯했다.

여러 평화대학교가 경제 위기에 처하듯, 우리 학과도 내가 졸업하던 학기에 위기를 맞이했다. 그래서 학교는 민간 기관인 Swiss Peace로 넘어갔다. 우리 나름대로 시위도 하고 교수님들과 성명서도 발표했는데, 민간 기관은 지속가능한 학과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 같다. 

학과의 변화에 의해 나를 장학금을 주었던 위원회는 내 졸업과 동시에 없어졌다.

기적같은 일이다. 

나를 위해 존재한 장학위원회였다. 장학위원회는 학칙을 변경하는 무리 수를 두면서, 나에게 장학금을 주었고, 졸업과 함께 공중분해되었다.
그 분들의 선한 뜻은 내 삶에서 이어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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